두 번째 스위스는 아름답지 않았다 - 1
2014년 겨울,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유럽여행을 갔다. 남들 다 가는 유럽여행이 궁금하기도 했고,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꼭! 해야 하는 성격이기에 유럽여행이 가고 싶다는 생각한 다음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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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스위스는 아름답지 않았다 - 1편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마침 비슷한 기간에 퇴사한 지영언니와 함께 두 번째 스위스로 갔다. 이번 목표는 오직 스위스였기 때문에, 주변국은 전혀 여행하지 않고 스위스만 여행하기로 했다.
인터라켄 - 그린델발트의 아름다움에 대해 끊임없이 말해서 언니는 이미 기대를 가득 가지고 있었다. 체르마트를 여행하고 드디어 그린델발트행 기차를 탔을 때, 4년 전의 감동을 다시 느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두 번째 그린델발트는 기대만큼 아름답지 않았다.
어제도보고 이틀 전에도 본 그 풍경이었다. 알프스 산 중턱에 있다고 되내어보며 4년 전의 감동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했지만 이전만큼 경이롭게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기차가 그린델발트 역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생각해보았다. 왜 4년 전의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 겨울이 아닌 여름에 와서 그런가? 혼자가 아닌 친구와 함께 와서 오롯이 풍경을 즐기지 못하기 때문일까?
그린델발트는 더이상 나에게 새롭지 않았다.
9월의 스위스는 분명 아름다웠지만, 스위스의 풍경을 일주일 넘게 보고 있는 나에게는 아름다운 여행의 일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4년 전에는 체코,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스위스에 도착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자연의 아름다운에 넋을 잃었지만 매일매일 스위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봤을 때는 처음의 감동이 없었다. 이는 나에게 너무 큰 깨달음이었다. '새로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익숙함'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되었다.
나는 다양한 경험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공부를 할 때는 그림 그리는 게 좋았고, 그림을 그릴 때는 악기를 연주하는 게 좋았다. 디자인을 전공할 때는 공대 수업이 좋아서 수학 공부를 했으며, 다양한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카페 아르바이트가 궁금해서 카페에서 일했고, 초밥을 좋아해서 초밥가게에서 일했으며, 맥주가 궁금해서 펍에서 일했다.
새로워서 아름다웠음을 깨달은 이후, 나는 많이 달라졌다. 같은 일상에 힘들어하면서도 이전보다 오랫동안 한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평범한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자 노력한다. 여행지에서는 새로움을 즐기고, 여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원래의 일상을 새롭게 마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스위스는 여전히 아름다웠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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